어디 사는지 인증하고, 익명으로 말하는 곳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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새벽에 관리비 고지서 보고 잠이 더 안 왔습니다

요즘 잠을 좀 일찍 자보려고 야식도 줄이고 집 조명도 어둡게 해놨는데 어제는 새벽 두 시에 눈이 떠졌습니다.

물 마시러 나왔다가 식탁 위 관리비 고지서를 봤는데, 평소보다 몇천 원 오른 게 괜히 신경 쓰이더라고요. 사실 큰돈도 아니고 제가 감당 못 할 금액도 아닌데 꼭 그 시간에 보면 인생이 갑자기 엑셀 파일처럼 느껴집니다.

전기 사용량이 늘었나 싶어서 냉장고도 열어보고, 안 쓰는 멀티탭도 뽑고, 결국 집 안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. 그러다 거실 창문으로 새벽 아파트 불빛을 보는데 저 집들도 다 각자 잠 못 자는 이유가 있겠지 싶어서 조금 웃겼습니다. 관리비 몇천 원에 예민해진 제 모습도 그렇고요.

다시 누웠는데 이번에는 옆집에서 아주 작게 물 내려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. 평소 같으면 신경 쓰였을 텐데 그날은 ‘아, 나만 깨어 있는 건 아니구나’ 싶어서 이상하게 마음이 놓였습니다.

결국 한 시간 뒤에 잠들었고 아침에 보니 관리비는 자동이체로 이미 빠져나갔더라고요. 밤에는 세상 큰일 같던 게 아침에는 그냥 몇천 원이었습니다. 대신 잠 안 오는 사람들끼리 서로 존재 확인하고 사는 느낌은 좀 남았네요.

전국 공개 채널에 올라온 글이에요.

댓글 1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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익명1

밤에는 몇천 원도 괜히 크게 보이죠 옆집 물소리에 마음 놓였다는 대목 좋네요